구본형 소장님의 책 중에서 5~6권 읽은 것이 전부지만 지금까지 읽은 책 중에서
가장 좋다. ‘좋다’라는 말의 의미는 해석하기 나름이지만 읽는 동안 가장 편안했다.
하지만 잔잔하고 지속적인 울림이 느껴졌다. 역시나 사람은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
가장 열정적이고 진솔해지는 것 같다. 이 책은 구본형 소장님의 40대 시절의 이야기이자
위대한 보통 사람의 자서전이다.
소장님은 마흔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마흔 살은 연극의 2막이 아니라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나이,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있는 나이라고
이야기한다. 아직 20대인 내가 마흔이 주는 압박감과 절망, 체념을 느끼기에는
너무나 멀다. 하지만 어렴풋이 이해할 수는 있다. 특히나 젊은 시절의 끝없던
희망이 현실에 대한 체념으로 변화해 가는 것이 마흔의 시작이라는 것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 젊은 시절에는 마음 먹은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고 자신의 삶의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과 환상에 빠져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인생에서
통제할 수 있는 것보다 그렇지 않는 것이 훨씬 많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자신의
삶의 대부분을 결정한다는 것을 깨닫고 절망을 느끼고 체념하게 된다. 그것이
마흔이라는 나이의 시작인 것 같다.
나 역시도 인생에서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이 극히 작다는 것을 안다. 인생의
많은 것들이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는 마음 먹은 대로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외치는 자기계발서들을 조롱한다.
하지만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은 마흔의 절망과 체념은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마흔은
나의 인생에서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을 넓히기 위해 모든 것을 걸고 도전하는
나이이다. 통제할 수 없었던 영역을 통제할 수 있는 영역으로 만들기 위해
과감히 발을 내딛고 승부를 거는 나이이다. 그래서 마흔 이전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에 모든 것을 집중해야 하는 시기이다.
마흔은 삶의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다는 환상이 깨져버려 절망하고 체념하는
나이가 아니다. 그러한 체념은 환상에 빠져 안일한 삶을 살아온 사람들의 몫일
것이다. 마흔은 나의 삶에서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을 넓히기 위해 나의 모든 것을
걸고 도전하는 나이이다. 이것이 내가 구본형이라는 사람의 마흔을 통해 바라본
마흔의 모습이다.
죽음 앞에서 모든 사람은 현실적으로밖에 살지 못했던 그 초라한 현실을 후회한다. –p31
바쁘게 지내 과거가 지금의 나를 만들고 말았지. 지금 의미와 보람을 느끼지 못해
공허한 한 남자를 말이야. 내 인생에 중요한 일이 벌어진 위대한 젊은 날을 과장하지
못한다면, 지금 이 허무를 견딜 수 없다는 것을 너희는 모르지. 지나간 과거에서
아무것도 건져내지 못할 때 마흔 살 남자는 낙엽처럼 부서지는 허망함 속에 서
있게 된다는 것을 너희처럼 새파란 것들은 알 수가 없는 거야. –p44
융 학파의 주장에 따르면 사람이 쓰고 있던 사회적 가면, 즉 페르소나는 중년이
되면 붕괴한다. –p57
마흔 살은 게임의 후반부나 연극의 2막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마흔 살은 그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막연히 한 번 더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인생을 의미한다. 똑 같은 실력을 가지고 후반전을 뛰어본들
또 한 번의 고배와 비웃음을 자초할 뿐이다. –p59
두려움은 곧 두려움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고 무엇이랴 –p260
하루를 바꾸지 못하면 혁명도 없다. 자신만의 하루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자신의
세계를 가질 수 없다. –p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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