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에 해당되는 글 112건

  1. 2012/02/05 나는 제대로 보고 있는 걸까? (1)
  2. 2012/02/02 삶의 의미는 없다 (2)
  3. 2012/01/25 타인을 조종할 수 있을까?
  4. 2012/01/17 인간은 과연 합리적인가? (2)
  5. 2012/01/08 자기 자신을 너무 믿지 말자! (2)

<상황 A>
평소에 보고 싶었던 뮤지컬 공연 티켓을 5만 원에 구입했다.
그런데 극장 매표소에서 지갑을 확인하니 오는 도중에 티켓을
분실했음을 알게 되었다. 현재 극장에는 잔여 티켓이 남아 있고
지갑을 확인하니 티켓을 살 만큼의 돈이 들어 있다. 5만 원을
주고 다시 티켓을 구입하겠는가?


<상황 B>
평소에 보고 싶었던 뮤지컬 공연을 보기 위해 극장으로 향했다.
극장에 도착하여 티켓을 구입하려고 지갑을 열어보니 오는 도중에
현금 5만원을 분실했음을 알게 되었다. 현재 극장에는 잔여 티켓이
남아 있고, 지갑에는 표를 살 만큼의 돈이 남아 있다. 5만 원을 주고
티켓을 구입하겠는가?




연구에 따르면 다수의 사람들이 A의 경우에는 표를 사는 데 주저하지만

B의 경우에는 흔쾌히 표를 산다. 두 경우 결국 주머니에서 10만원이
빠져나간다는 점에서는 똑같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같지만 미묘하게
다른 두 상황은 심리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

A의 경우 사람들은 '뮤지컬 공연비'라는 항목에 10만원이나 지출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따라서 '뮤지컬 보는데 10만 원이나 쓰다니'라고
생각하여 표 구입하기를 주저하게 된다.
반면 B의 경우 분실한 현금 5만원과 표를 사는데 드는 5만원을 별개의
항목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표 한장에 10만원을 지출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된다. 

결국 현상을 두고 어떤 관점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생각이 달라지고
그에 따른 행동이 달라지게 된다. 심리학에서는 이처럼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마음의 창을 프레임이라고 이야기한다.

 '프레임(21세기북스)'의 저자 최인철 교수는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창인 '프레임'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우리는 프레임이라는 마음의 창을 통해 보게 되는 세상만을 볼 뿐이다.
우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객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프레임을 통해 채색되고 왜곡된 세상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말처럼 같은 현상을 보고도 사람마다 서로 다른
프레임으로 받아들인다. 한쪽 진영에서는 '테러리스트'라고 부르는 사람을
반대편 진영에서는 '자유의 전사'라로 부른다. 누군가는 낙태를 '선택의
권리'(찬성) 라고 말하지만, 다른 누군가는 '생명의 권리'(반대)라고 말한다.

이렇게 우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객관적으로 인식하기보다는 자신의
마음의 창인 프레임을 통해 자신만의 관점으로 인식한다. 그리고 우리
각자의 프레임 역시 항상 일관되지 않고 사소한 변화에 따라 시시각각
변한다. 위의 상황에서도 결과적으로는 같지만 사소한 상황의 차이가
다른 프레임을 만들어냈고, 결국 다른 행동으로 이어졌다.


최인철 교수는 책에서 '프레임으로 인한 이러한 마음의 한계에 직면할 때
경험하게 되는 절대 겸손, 이것이 지혜의 출발점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자신이 보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과연 자신이 제대로 보고 있는지를
의심하는 것 자체가 지혜의 출발점인 것이다. 

우리는 정답이 있는 문제를 빨리 푸는 사람을 똑똑하다고는 하지만
지혜롭다고 하지는 않는다.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 문제에 대해 좋은 답안을
제시하는 사람을 우리는 지혜롭다고 한다.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보는 사람마다 서로 다른 프레임,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사람들마다 서로 다른 프레임을 가지고 있음을 인식하여 하나의 현상을
다양한 프레임으로 바라보고 생각하는 사람, 그로 인해 다양한 사람들의
관점과 생각을 묶어내 올바른 답안을 제시하는 것을 두고 우리는 지혜롭다고
표현한다.

세상을 완벽하게 있는 그대로 인식하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자신이 보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인식하는 것, 과연 얼마나 제대로
보고 있는가라는 의문을 가지는 것이 지혜의 출발점이다. 

보는 것에서 생각이 시작되고 행동으로 끝난다. 결국 얼마나 제대로 보고 
있느냐에 따라 생각의 넓이와 깊이가 결정되고, 올바른 행동으로 이어진다.
모든 것은 보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럼으로 나 자신이 과연 세상을 제대로
보고 
있는지 끊임없이 묻는 것이 지혜에 한발 더 다가서는 길이 될 것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Posted by 창조적 부적응자




 인간은 왜 태어날까?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실현하기 위해?
뭔진 모르겠지만 나에게 주어진 꿈과 미션을 이루기 위해?
어쨌든 나의 생각은 '그냥, 아주 우연히 태어난 것뿐이다.
고로 나에게 주어진 삶의 의미나 사명 따위는 없다!'



 내가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는데 가장 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바로 '진화론'이다. 진화론이라고 하면 우리는 생물 교과서에서 봤던
그림을 떠올린다. 그리고는 인간은 원숭이에서 진화했다라는 사실을
기억해낸다. 하지만 인간은 원숭이에서 진화하지 않았다. 인간과 원숭이는
같은 조상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생명의 기원에 관해서는 여러 주장들이 있지만 수십억 년전, 아주 단순한
세포 형태의 최초의 생명이 우연히 탄생했다. 그 후 지금까지 수십억 년의
진화를 통해 천만종이 넘는 생명체로 분화했다. 하나의 단순한 시작에서
인간처럼 복잡한 생명까지 진화한 것이다. 
(물론 인간이 진화의 정점에 있는 것도 아니고, 만물의 영장도 아니다.
 끝없이 갈라진 진화의 가지 중 하나일 뿐이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의 목적은 단 두가지다. '생존'과 '번식
이 두가지 이외에 인간에게만 주어진 거창한 삶의 의미는 없다.
인간에게 삶의 의미가 있다면 인간과 유전자가 98.8%가 동일한 침팬지에게도
삶의 의미가 있어야하고, 96%가 동일한 쥐에게도 삶의 의미가 있어야 한다.

 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는 그의 저서 <생명, 그 경이로움에 대하여>에서
만일 우리가 지구의 역사가 담긴 영화를 다시 돌린다고 할 때 '마지막 장면에
우리 인간이 또다시 등장할 확률은 거의 0에 가깝다'
고 설명했다.
진화란 '우연에 기초한 다양성의 증가'이기 때문에 진화의 과정에서
인간이 생겨난 것도 아주 우연이고, 내가 태어난 것도 아주 우연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고로 태어날 때 주어진 삶의 의미는 없다.


 인간은 진화의 과정에서 뛰어난 두뇌를 얻었다. 이로 인해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얻었고 스스로에게 삶의 의미를 물을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
누군가는 진화론적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면 삶에 회의가 느껴진다고도
한다. 우리가 태어난 이유가 오로지 '생존'과 '번식'이라면 다른 생물들과
다를게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미란 자신이 부여하기 나름이다. 어차피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에
자신이 삶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자신이 원하는 삶의 의미를
만들어 갈 수가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진화론적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본 후
오히려 조금의 여유가 생겼다. 뭔진 모르겠지만 나에게 주어졌을것 같은
삶의 의미를 찾아야 하고, 혹시나 그것을 찾지 못하고 실현하지 못해서,
죽을때 후회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따위는 할 필요가 없으니까.



 인간이 생겨난 것 자체가 우연이고, 내가 태어난 것도 역시 우연이다.

때문에 처음부터 정해진 삶의 의미나 정답은 없다. 그러니 적어도
나의 삶이 틀릴 일은 없다. 그냥 내 스타일대로 내가 원하는 삶의 의미를
만들어 가면 되는거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Posted by 창조적 부적응자



위의 두 테이블 중 어느 것이 더 길어 보이는가?

사실 두 테이블의 길이와 폭은 동일하다. 믿지 못하겠다면 직접 자로 재보기 바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컴퓨터 모니터 해상도에 따라 다르게 측정된다.ㅠㅠ
그래도 자신이 보는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올것이니 한번 재보기 바란다.)

어찌됐든 두 테이블의 실제 크기와는 상관없이 착시로 인해 우리는 다르게 인식한다.
만약 당신이 지극히 정상적인 인간이라면 당연히 이러한 착시현상에 속게 된다.
당신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단지 주위를 분산시키는 요소들로 인해 우리의
시각체계가 혼란을 일으켰을 뿐이다.

이 문제에서 우리는 인간에 대한 핵심적인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보통 인간의 마인드는 놀라울 정도로 작동한다. 우리는 다양한 언어들 습득할 수 있고,
오래전에 만났던 사람들을 기억해 낼 수 있으며, 수많은 이론들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천재라고 해도 필경 위의 테이블 문제에는 우리처럼 속았을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인간으로서 문제를 가졌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체계적으로 틀리는
방식을 통찰함으로써 인간의 행동에 대한 이해를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뇌는 아주 복잡하게 작용한다. 
우리는 어떤 일은 적절하게 수행하면서도,
때로는 이해할 수 없을만큼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

수많은 심리학자들과 신경과학자들은
인간의 모순적인 행동들을 이해시키기 위해
인간의 사고방식을 두 가지로 구분했다.

직관적이며 자동적인 사고방식의 '자동 시스템'
합리적이며 의식적인 사고방식의 '숙고 시스템'

자동 시스템은 신속하고 직관적이며 '생각'이라는
행위를 수반하지 않는다. 자동차가 달려올 때 몸을
피하거나 감정을 느낄때 작동한다. (두뇌학자들은
자동 시스템이 두뇌에서 인간과 파충류들이 모두
동일하게 갖고 있는 부분과도 연관된다고 말한다.)


반명 숙고 시스템은 '43 곱하기 5'와 같은 문제를
풀거나 여행 경로를 짜거나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작동한다.

차를 처음 운전할 때는 숙고 시스템을 주로 사용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운전이 익숙해지면
대부분의 경우 자동 시스템을 사용하게 된다. 수많은 반복과 훈련을 통해 숙고 시스템에서
자동 시스템으로 전환이 된 것이다. 이쯤 되면 우리는 전화를 하고 음악을 들으면서도
여유롭게 운전을 할 수가 있게 된다. 그러나 때로는 너무 자동 시스템에 의존한 나머지
주말에 장을 보러 가려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직장으로 차를 몰기도 하는 실수를 한다.




우리는 일상에서 주로 자동 시스템에 의존해 결정을 내리고 행동을 한다.
모든 것을 처음부터 하나씩 따지고 생각해서 결정을 내리기에는 쏟아지는
정보도 너무 많고, 결정해야 사안들도 너무나 많다. 때문에 신속하고
직관적인 자동 시스템에 의존해 행동하는 것이 유리하다.

자동 시스템은 효율적이고 신속하다. 우리의 삶에서는 완벽하고 느린 것보다는
불완전하더라도 신속한 것이 나은 경우가 많다. 그리고 자동 시스템은 대부분
제대로 작동한다. 그러나 때때로 이로 인해 우리는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하고
손해를 보기도 한다. 숙고 시스템을 사용해야 할 순간조차 우리는 이따금씩
자동 시스템에 의존해 결정을 내려 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만약 자동 시스템에
의존하면서도 어려움을 겪지 않을 수 있다면 사람들은 더 편하고 더 나은 삶을
더 오랫동안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자동 시스템에 의존하는 경향때문에 겉으로 보기에는 사소하고 작은 요소
사람들의 행동방식에 커다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리처드 탈러 교수와
캐스 선스타인 교수는 이를 '넛지'라고 정의한다.)

예를 들어 단지 많은 사람들이 금연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만으로
사람들의 금연율을 높일 수 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다른 사람과 동조하고
싶어한다. 때문에 이 경우에는 다른 사람의 행동에 의해 넛지를 당한 것이다.

사람들에게 어떤 제품의 구매 의사를 묻는 것만으로 구매율을 올릴 수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의도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자신의 답변에 행동을
일치시킬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선거일 바로 전날에 투표할 의향이
있는지 물었을 경우, 투표율이 25%나 상승했다. 의사를 묻는 사소한 행동
하나가 사람들의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러한 예시는 수도 없이 많다. 중요한 것은 사소해 보이는 사회적 상황들이
사람들의 행동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넛지는 보이지 않는
듯해도 어디에나 존재한다. 도처에 만연해 있으며 무의식적으로 우리의 결정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친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의 사고 및 행동방식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최상의 선택 환경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은 인간의 비합리성을 통해 자신들이 이익을 얻는
방향으로 선택 환경을 교묘하게 설계한다. 아님 말고!)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Posted by 창조적 부적응자


 영화 스타트랙에 등장하는 스팍 선장은 감정에 휘둘리는 법이 없고, 매순간 냉철히 생각하고
판단을 내리며 행동한다. 선택에 직면할 때마다 이익과 손실을 정확히 계산하여 합리적으로
결정을 내린다. 그는 새벽에 일찍 일어나거나 담배를 끊고 살을 빼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면 그것을 행동으로 쉽게 옮기고 반드시 지켜내는 사람이다.

 그러나 현실의 우리는 스팍 선장과 너무나 다르다. 우리는 감정에 휘둘려 잘못된 선택을 
하기도 하고, 이득과 손실을 잘못 계산해 손해를 보기도 한다. 새해가 밝을 때마다 담배를 끊고
살을 빼야겠다고 결심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실패한다.



 경제학은 인간의 경제활동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이다. 경제학에 등장하는 수많은 정교한
이론의 바탕에는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전제가 있다. 경제학이 전제로 하는 인간상인
경제적인 인간은 인지나 판단에 대해 완전히 합리적이며, 의지가 굳고, 오직 자신의
물질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마치 스타트랙에 등장하는 스팍 선장처럼 말이다.

 그러나 굳이 다시 말하지 않아도 현실의 인간은 경제학에서 전제로 하는 인간과는 너무나
다르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때문에 경제학의 이론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것이다.
금융위기 때마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학자조차도 예측에 실패하고, 현실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누군가는 경제학을 필요악이라고 말할 정도다.

 물론 경제학의 이론은 규범적이라는 변명이 있다. 즉
이론이 제시하는 방식으로 행동하면
합리적이라는 것이지 
실제로 사람들이 그런 방식으로 행동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경제학은 학문의 특성상 실제 인간의 행동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 인간의 선택 행동에
몇 가지 가정을 하고 그 가정이 옳다는 전제하에서 이론을 전개한다. 그러나 이것이 곧
경제학의 한계라고 나는 생각한다. 


 지난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프린스턴 대학의 다니엘 카너먼 교수다.
그런데 이분은 심리학 교수다. 즉 심리학 교수가 경제학자들이 받는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것이다. 이분의 공로는 주류 경제학이 가정해 온 경제적 인간(스팍 선장 같은 인간)이
실제 현실 세계에서는 맞지 않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실제 인간의 행동을 고려하지 않은 기존 경제학에 대한 대안으로 인간의 선택과
판단에 대한 심리학의 연구 결과를 접목해 더욱 현실적인 경제학으로 재탄생하는데
결정적인 공로를 한 것이다. '경제학 + 심리학 = 행동경제학' 이라는 새로운 학문의
탄생에 큰 기여를 한 것이다.

 행동경제학에 등장하는 인간은 현실의 우리와 너무나 닮아 있다. 상황에 따라 선호가
바뀌고 이득과 손실을 정확히 따지지 못해 잘못된 선택을 내리고, 현재의 달콤한 유혹을
이겨내지 못해 미래의 열매를 놓쳐버리는 등, 너무나 많은 점에서 나약하고 비합리적인
실제 인간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행동경제학에서 밝혀낸 인간의 비합리성을 보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인간은 비합리적인 것이 아니라 완벽하게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이 밝혀진 것
뿐이다. 즉, 인간은 제한적으로 합리적이다.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합리적이지 않은 부분은 '예측 가능하게 비합리적'이라는 사실이다. 이 점이
굉장히 중요하다.

 사실 우리 모두는 심리학자다. 인간관계를 맺고, 일을 하면서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할지 예측하고 그에 맞게 행동한다. 제품을 만드는 사람은 고객들이 이런
제품을 좋아할 거라고 예측하고, 마케팅 담당자들은 사람들이 자사의 제품광고를
기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그렇게 예측하고 행동하는 이면에 깔린,
인간에 대한 가정이
상당부분 틀렸다는데 있다.
우리는 대부분 무의식 중에 인간이란 경제학에 등장하는
경제적 인간(스팍 선장)처럼 완전히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라고 가정한다. 때문에
우리의 예측은 대부분 빗나간다.(물론 복합적인 원인들이 있지만 가장 큰 요인은
인간에 대한 잘못된 가정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경제학이 이론적으로는 완벽하지만 현실에서는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처럼,
우리의 예측은 머릿속에서는 완벽하지만 현실에서는 대부분 빗나간다. 엔지니어는
고객들이 자사 제품의 뛰어난 기술을 알아보지 못한다고 한탄하고, 마케팅 담당자들은
고객들이 자신들의 의도대로 제품을 구입하지 않는 것에 분노한다.



 그러나 위에서 말한대로 인간은 '제한적으로 합리적'이다. 그리고 '예측 가능하게
비합리적'이다. 지금까지 심리학 연구 성과로 인간이 어떻게 제한적으로 합리적인지,
어떻게 예측 가능하게 비합리적인지 상당 부분 밝혀졌다. 즉 인간에 대한 보다 올바른
이해가 가능해진 것이다. 

아래 질문에 답해보자.

희귀병이 발생하여 600명이 사망할 것이라고 예상된다. 이 질병을 박멸하기 위해
정부는 두 가지 프로그램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당신은 어느 쪽을 선택하겠는가?

A : 200명은 살린다
B : 600명 모두 살 수 있는 확률 1/3, 모두 살 수 없는 확률 2/3

보기의 내용을 살짝 바꿔보겠다. 당신의 선택은?

A : 400명이 죽는다
B : 모두 사망하지 않을 확률 1/3, 모두 사망할 확률 2/3  


 사실 위의 보기는 결국 전부 같은 말이다. 그러나 프레이밍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첫번째의 경우
'A : 72% 선택 / B : 28% 선택',
두번째의 경우 'A : 22% 선택 / B : 78% 선택'의 결과가 나왔다. 똑같은 내용에
대해 말을 살짝 바꿨을 뿐인데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것은 인간의 비합리성을
보여주는 예시 중의 하나인데 손실 회피성이 발동해서
일어난 일이다.  인간은 똑같은
가치라도 이익보다 손실을 2배 이상 크게 느끼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똑같은 가치라도
이익이 아니라 손실인 것처럼 프레이밍 되면 회피하려고 하는 것이다.
 
'통계 데이터를 어떻게 프레이밍해야 할지는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도 매우 중대한
정치적. 경제적 영향을 끼친다.'   -콰트론과 트버스키


 인간은 우리가 예상하는 것처럼 완벽하게 합리적이지 않다. 인간은 제한적으로 합리적이며
예측 가능하게 비합리적이다. 그러나 우리는 인간의 제한적 합리성과 예측 가능한 비합리성을
배우고 이해함으로써 인간을 좀더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인간에 대한 올바른
이해에서 세상에 대한 통찰력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내가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제이기도 하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Posted by 창조적 부적응자

아래의 간단한 질문에 답해보자.



1. 다음 중 당신은 어느 쪽을 선택하겠습니까? 

(A) 1년 후에 사과 1개 받기
(B) 1년이 지나고 바로 다음날 사과 2개 받기

질문이 다소 이상하지만 일단 답해보자. 그리고 아래의 질문에도 답해보자.

2. 다음 중 당신은 어느 쪽을 선택하겠습니까?
(A) 오늘 사과 1개 받기
(B) 내일 사과 2개 받기

위의 질문은 사실상 같다. 하루를 더 기다려 사과를 2개 받을 것인가? 아닌가?
단지 1년이라는 시차만 있을뿐 하루를 더 기다릴 용의가 있는지를 묻고 있다.

경제학자 리처드 탈러('넛지'의 저자)는 위의 간단한 질문으로 경제학에 혁명을 일으켰다.
위의 질문은 사소해 보이지만 인간의 본성에 대한 탁월한 통찰력을 주는 질문이다.



탈러가 주목한 것은 사람들이 일관성이 결여된 대답을 했다는 점이다.
1번 질문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B를 택할 것이다. 하루만 더 기다리면
이익이 두배가 되는데 기다리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러나! 1번 질문에서 B를 택한 사람들의 대다수가 2번 질문에서는 A를 선택했다.
1년이라는 시차를 둔 질문에서는 인내심을 발휘했던 사람들이
짧은 시차를 두자 인내심을 잃고 다른 선택을 한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인간은 '현재'에 중독되어 있다.
똑같은 가치를 지닌 일이라도 미래보다는 현재의 가치를 훨~씬
크게 느낀다는 것이다. 즉 인간은 모든 면에서 합리적이고
완벽한 존재가 아니다. 미래와 현재의 가치를 느끼는 부분에 대해서는
지나칠 정도로 비합리적이다. 

행동경제학자들은 인간의 이러한 본성을 '과도한 가치폄하 효과'라는
전문용어로 설명한다. 간단히 말하면 인간은 눈앞에 당장 닥친 일에 대해서는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가치를 과도하게 폄하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눈앞에
있는 사과를 하루만 기다리면 2개를 받을 수 있는대도 지금 당장 1개를 받는 것이
가치가 크다고 느끼는 것이다.



'현재'의 가치를 '미래'보다 지나칠 정도로 크게 인식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진화론에 따르면 인간이라는 종은 99%의 시간을 아프리카 사바나에서 살아왔다.
우리가 지금의 모습을 갖추고 살아온 시간은 인간 역사의 1%도 되지 않는다.
즉, 인간의 몸과 마음은 아프리카 사바나 시절에 맞춰져 있는 것이다.

최근 진화심리학으로 인간의 비이성과 원시논리에 대해 분석한
'양복을 입은 원시인'이라는 책이 나왔는데, 그 책이 제목이 지금의
우리를 정확하게 묘사한 것 같다.

아프리카 사바나에서 살던 시절을 상상해보자. 그 당시에는 매일 사냥과 채집을 해서
먹고 살았을 것이다. 오늘 사냥에 실패하면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잠들어야 했을 것이고,
매일 매일이 생존을 위한 투쟁이었을 것이다.



때문에 지금 당장 먹을 수 있고 내 손안에 있는 것이 가장 큰 가치를 지녔을 것이고
미래의 불확실한 이득에 대해서는 가치를 거의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의 시대에는 과거와 다르게 모든 것이 풍족하다. 하지만 우리의 몸과 마음은 여전히
구석기 시대에 맞춰져 있기에 지금도 우리는 불확실한 미래의 이득보다는 지금 당장
나에게 이득이 되는 것에 큰 가치를 느끼는 것이다.

왜 우리가 미래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현재의 달콤한 무엇인가를 포기하고 노력하는 것이
그토록 어려운지 이해할 수 있다. 그것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성이다.
미래의 날씬한 몸매를 위해 지금 당장 눈앞에 있는 맛있는 음식을 포기하는 것,
미래의 불확실한 성공을 위해 지금 당장 달콤한 잠을 줄이는 것 등등......
이것은 인간의 본성을 거스르는 일이기에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엄청난 의지와 노력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그러나 그들은 인간의 본성을 이겨낸 예외일 뿐이다. 예외가 규칙이 될 수는 없다.
오히려 그런 사람들의 성공 신화 때문에 우리는 인간에 대한 잘못된 관점을
가지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당근과 채찍'의 저자인 이언 에어즈 교수는 우리에게 '약속 실천 계약'이라는
이론과 도구를 제안한다. 일종의 자기 결박성 약속인 '약속 실천 계약'의
개념은 간단하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으며 때때로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세이렌은 고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아름다운 인간 여성의 얼굴에 독수리의 몸을 가진
전설의 동물이다. 세이렌은 아름다운 노래소리로 선원들을 유혹하여 바다에 뛰어들어
죽게 만드는 힘을 지녔다. 세이렌의 노래소리는 저항할 수 없을 정도로 매혹적이어서
수많은 선원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오뒤세우스는 세이렌의 유혹을 이겨내기 위하여 부하들에게 자신의 몸을 돛대에
결박하고 어떤 일이 있어도 자신의 결박을 풀지 말라고 했다. 세이렌의 고혹적인 노랫소리가
들려오자 오뒤세우스는 결박을 풀려고 몸부림쳤다.
그러나 귀마개를 쓴 부하들은 명령에 순종하여 그를 더욱 단단히 결박하였다. 결국 선박의
항해는 계속되었고 노랫소리는 점점 약해져서 마침내 세이렌의 유혹으로부터 무사히 벗어나
섬을 지나갈 수 있었다. 이에 세이렌들은 모욕감을 느껴 단체로 자살했다고 한다.


오뒤세우스는 현명했다. 다른 이들처럼 자신의 의지를 과신하여 목숨을 잃지 않았다.
대신 자신의 불완전함을 인식하고 스스로를 돛대에 묶어버렸다. 처음부터 선택의 여지를
차단해버린 것이다.


약속 실천 계약은 오뒤세우스처럼 자기 자신을 돛대에 묶어 버리는 것이다.
자신의 의지를 과대평가하지 않고 스스로의 부족함을 보완하기 위해 자기 결박성
약속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신이 언제까지 살을 몇 킬로그램 빼겠다고
다른 이들에게 공개적으로 약속하고 만약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상당히 큰 액수의
돈을 누군가에게 기부하는 것이다.

그러나 약속 실천 계약의 구체적인 내용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인간, 자기 자신, 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는 것이다. 자신의 의지를 과대평가하기 보다는 자신의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자. 인간의 본성은 미래의 불확실한 성공, 꿈을 위해 현재의 달콤함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런 본성을 이겨내는 것은 자기 자신만의 의지만으로는 (소수의 강인한
의지를 가진 사람들을 제외하면) 참으로 힘든 일이다.

(약속 실천 계약의 자세한 내용은 '당근과 채찍'을 참고하세요. 쓰다보니 서두가 너무 길어서 지쳤어~ㅋ)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Posted by 창조적 부적응자
이전버튼 1 2 3 4 5 ... 23 이전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