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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3/05 우리는 여전히 원시인이다 1/2 (1)
글
'시크릿'이 대박난 이유
몇 년전 세상은 시크릿의 열풍에 휩싸였다. 전 세계적으로 1억부가 넘게 팔리고 국내에서도 수백만권이 팔린, 한마디로 초울트라 수퍼 대박 책이었다. 시크릿이 이렇게 초대박을 칠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세상 일이 단 하나의 원인에 의해서만 일어나지는 않기에 쉽게 단정 지을수는 없다. 하지만 분명 핵심적인 원인은 있다.
일단 내용이 좋아서 대박을 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시크릿의 열풍을 보면서 '희대의 사기극'이라고 생각했다. 저자인 론다 번은 정말 뛰어난 장사꾼이자 프로듀서다. 물론 오늘 이야기의 핵심은 시크릿의 진실 유무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세히 내용은 패스~!
오늘 이야기의 핵심은 '도대체 시크릿이 어떻게 사람들의 마음을 휘어 잡을수 있었느냐'이다. 론다 번이 인간 심리에 대해 잘 알고 있었는지는 알수 없지만, 시크릿이 엄청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인간의 본능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아래 두 문장을 비교해 보자.
A: "이 제품을 사용하면 여러분은 썰기와 다지기 등을 빛의 속도로 할 수 있습니다."
B: "이 제품은 썰기와 다지기 등을 빛의 속도로 해냅니다."
위의 문장은 동일한 제품을 홍보하는 광고 문구다. 과연 둘 중에 어떤 문장이 더 효과가 있을까? 별다른 차이가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행해진 실험에서 B문장이 훨씬 효과가 높았다. 도대체 이유가 뭘까?
A문장은 내가 직접 썰기와 다지기를 해야한다고 암시하고 있다. 반면 B문장은 내가 아니라 제품이 썰기와 다지기를 한다고 암시하고 있다. 그래서 인간은 본능적으로 B문장에 더 끌린다. 왜냐하면 인간은 본능적으로 최소 노력의 방안을 찾도록 설계되어져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의 최소량만을 소비하고자 하는 본능적 성향은 오랜 시간 진화를 거쳐 우리의 DNA에 깊이 각인되어 있다. 초기 인류에게 개인의 에너지(힘)를 보존하는 것은 생존에 있어 아주 중요한 요인이었다. 언제 먼 길을 떠날지, 언제 포식자와 싸움을 할지 알 수 없었기에 그와 같은 상황을 대비해 에너지를 비축해야 했다. 또한 지금처럼 언제 어디서나 먹을 것을 구할 수 있은 환경이 아니었기에, 에너지 사용량을 최소화해서 에너지를 비축하는 것이 아주 중요했다. 그리고 그러한 본능적 성향이 여전히 우리의 DNA에 각인되어 있어 우리의 행동에 큰 영향을 끼친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게으르고 빈둥거리는 가필드 고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본능적으로 최소한의 에너지를 사용하는 방안에 자동적으로 끌린다. 그리고 그러한 반응은 논리적인 분석을 통해 일어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우리의 원시적 뇌가 생존에 옳다고 <느끼는> 것을 우리가 논리적으로 옳다고 생각하는 것 뿐이다. 우리의 기호는 절대 논리적이지 않다. 오히려 원초적이며 본능적이다.
'시크릿'이 대박을 친 이유는 간단하다. (물론 복합적인 요인들이 있겠지만 이것이 핵심적인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최소 노력의 방안을 찾으려는 인간의 본능을 완벽하게 건드렸기 때문이다. 생각만 하면 되는 것보다 쉬운 것이 도대체 어디 있단 말인가? 생각만으로 내 인생을 원하는 모습으로 만들 수 있는 것보다 더 달콤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시크릿이 대박을 친 이유는, 인간의 본능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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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너의 뇌를 알라!
"우리가 눈으로 보는 세상은 진짜도 가짜도 아니다. 다만 그렇게 구분하는 것뿐이다. 뇌는 귀중한 자원들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그것들을 분류하고, 자원들을 통해 감각 경험에 대한 그럴듯한 설명을 알아낸 후에야 그 감각 경험에 대한 의식적인 의사결정을 내린다. 즉, 우리가 본다고 생각하는 이 세상은, 사실 대뇌의 지휘 아래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조수들이 간결하게 추려 내고 거기에 설명을 단 요약본이다." -'뇌의 거짓말' 중에서
인간의 뇌는 경이롭다. 인간이 다른 동물들을 제치고 만물의 영장이 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뇌 덕분이다. 성인의 뇌에는 대략 1조개의 뉴런들이 있다. 그리고 각각의 뉴런들은 다른 1만 개의 뉴런들과 연결되어 복잡한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뇌에서 1초당 만들어지는 신호의 수는 1년간 전세계 국제 전화망을 오가는 단어수보다 1,000배 더 많다. 이쯤되면 뉴런이 뭔지는 몰라도 뇌의 경이로움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지금까지 많은 연구가 진행되면서 뇌의 놀라운 성능에 대해 많은 부분들이 밝혀지고 있다. 지금까지 개발된 모든 기술들을 총 동원해도 뇌처럼 작동하는 컴퓨터를 만들 수 없다고 한다. 그만큼 뇌는 초울트라 수퍼 캡짱스런 컴퓨터로 불려도 손색이 없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듯이 그만큼의 부작용도 밝혀지고 있다. 그리고 그런 부작용은 오히려 뇌의 탁월한 능력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는 동시에 세 개의 뇌를 사용한다. 오랜 시간 진화를 거치면서 뇌는 세 가지 층을 가지게 된 것이다. 첫번째는 바로 '파충류의 뇌'(뇌간)다. 다른 파충류의 뇌와 다를 것이 없는 이 뇌는 가장 기본적인 활동을 담당한다. 사냥을 하여 먹이를 구하고, 구애를 하고 떼를 지어 다니며 영역을 지키는 등의 동물적 본능을 주관한다. 인간 역시 이러한 본능의 지배를 받고 있다.
두번째는 '포유류의 뇌'(변연계)다. 이 부분 역시 파충류의 뇌와 마찬가지로 의식적이지 않다. 그러나 파충류는 못하지만 포유류는 할 수 있는 일을 담당한다. 새로운 행동을 배우고 가족들을 돌보며 유대감을 형성하는 일 등을 수행한다. 파충류의 뇌는 무조건적인 반사를 통해 작동하지만 포유류의 뇌는 감정의 소용돌이치는 힘에 의해 작동한다.
세번째는 바로 '인간의 뇌'(대뇌피질, 전전두엽)다. 인간을 다른 동물들과 구별되게 하는 영역이다. 우리가 의식적으로 자신을 되돌아보고, 논리적이고 추상적인 생각을 할 수 있게 한다.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이론을 창시한 것도 '인간의 뇌'의 활약 덕분이다. 그러나 인간의 뇌가 파충류의 뇌와 포유류의 뇌를 완전히 통제하지 못한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우리는 매번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오류를 저지른다.
경제학자 마리앤 버트랜드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실험을 실시했다. 한 금융기관의 이름으로 단기 대출을 제공하겠다는 안내장을 5만 명에게 보냈는데, 그 이자율은 월 3.25%에서 11.75% 사이에서 무작위로 선택되었고, 각 안내장마다 달랐다. 대출 조건을 명시하고 그와 동시에 판촉 경품과 같은 각종 마케팅 기법들이 무작위로 적용되었다. 즉 어떤 마케팅 기법이 가장 효과적인지를 판별할 수 있는 실험이었다. 그리고 실험 결과 남성 대출 신청자들에게 가장 효과적이었던 마케팅 기법은 안내장 모퉁이에 게재된 매력적인 여성의 사진이었다. 이때 대출 신청 수는 월 이자율을 4.5% 내렸을 때만큼이나 증가했다.
과연 남성 대출 신청자들은 어떤 뇌를 통해 이러한 결정을 내렸을까? 아마 스스로는 의식적인 사고를 통해 대출 조건을 꼼꼼히 검토해서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결정에는 무의식적이고 본능적인 '파충류의 뇌'가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무의식적이고 본능적인 결정을 의식적으로 합리화한 것이다. (물론 모든 남성들이 똑같은 결정을 내리지는 않는다. 영향을 받는 정도는 개인마다 차이가 있다. 그러나 완전히 이러한 영향(본능)에서 자유로울수 있는 남성은 없다.)
우리가 뇌의 경이적인 성능 덕분에 많은 것을 이룩하고 혜택을 본 것만큼 다른 부분에 있어 댓가를 치르고 있다. 매번 같은 실수와 오류를 반복하면서도 그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만약 그러한 실수와 오류의 메커니즘을 이해한다면 거기서 벗어날 수 있을까?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할 것이다. 우리는 결국 불완전한 인간이니까. 하지만 노력한다면 조금은 더 나아질 수 있을거라고 믿는다.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라고 한 것처럼 나 자신(뇌)에 대해 더 잘 인식한다면 스스로를 조금 더 이해하고 문제에 더 잘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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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BOOK] 당당한 신입사원의 7가지 습관
당당한 신입사원의 7가지 습관 - 황진규 지음
직장인 5년차인 저자가 신입사원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애정과 함께
책 한권에 담았다. 책 표지를 보면 책의 내용에 대해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문구가 굉장히 마음에 안 든다. 불쾌할 정도다!
상사에게 인정받고 조직에서 성장하는 회사생활의 기본기
상사에게 인정받고 조직에서 성장하는게 회사생활의 전부인가?!
저자는 상사에게 인정받고 조직에서 성장하기 위해 그토록 치열하게
학습하고, 현장에서 검증해서 이 책을 쓰지 않았다! 저 문구는 이 책의
가치의 절반을 한순간에 날려 버렸다. 그래서 심히 불쾌하다!
이 책의 진정한 가치는 저자가 그동안의 치열한 학습과 실천을 통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훌륭한 책은 저자의 삶으로 이야기하는
책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로 나는 5년 차 직장인이 되었다. 이제는 가끔 선배들도
나에게 업무를 물어보고 도움을 요청하는 일이 많아졌지만, 다른 사람들이
진정으로 나를 인정하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제 나는 스스로에게 당당하다는 것이다. 나의 업무에
자신이 있고, 내가 진정으로 회사에 공헌하는 사람이라 자부하게 되었다.
이것은 정말 중요한 변화였다. 예전에 힘들기만 했던 일이 이제는 재미있고
일에 재미를 붙이니 하루의 2/3가 즐거워졌다. 이런 변화들로 나는 감히
행복한 사람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상사에게 인정받고 조직에서 성장하는 것은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당당한
신입사원'의 진정한 모습이 아니다. 저자의 지금 모습이야말로 바로 당당한
신입사원의 진짜 모습일 것이다. 자신의 일이 재밌고 즐거운데 성과를 내지
못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고, 그러한 사람은 자연스럽게 상사에게 인정받고
조직에서 성장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자신의 삶이 행복
해지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저자의 책은 기존의 쓰레기 같은 얄팍한 직장 처세술 책과는
확연하게 다르다. 진정한 목적을 망각한 채 수단만을 강조하는 그런 책들은
단기간의 효과는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결국 남는건 자신의 삶과 행복은
없는 껍데기뿐이다.
제목만 보고 기존의 유사한 처세술 책들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큰 착각이다. 이 책은 저자가 현장의 바닥에서 박박 기며 땀과 눈물로 검증한
내용을 담고 있다. 단순한 이론서가 아니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좋은 질문을
던지며 스스로 생각하도록 한다. 단순한 메뉴얼이 아니다.
좋은 책은 저자의 삶이 녹아들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독자들에게 정답이 아니라
좋은 질문을 던져 스스로 생각해서 자신만의 정답을 찾도록 도와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좋은 책이다. 제목만 빼고.
% 개인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책을 써낸 황진규 저자에게 진정으로 존경의
박수를 보낸다. 예전에 처음 저자의 글을 보았을 때 책 쓰기 참~~~ 어려울거라고
생각했는데^^ㅋ 진짜 인간 승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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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우리는 여전히 원시인이다 2/2
많은 것들이 밝혀졌다. 그리고 우리의 행동 대부분은 의식적인 생각이 아니라 무의식적인
본능에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따라서 인간의 행동을 지배하는 본능을
이해하는 것이 인간에 대한 통찰력을 얻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인간의 본능은 진화의 산물이다. 그리고 그 진화의 과정에 있어 인간에게 가장 중요했던,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체에게 중요했던 것은 단 두가지다. 바로 '생존'과 '번식'.
어떻게든 생존해야만 했고, 그리고 나서 자신의 유전자를 후손에게 전하기 위해 번식을
해야만 했다. 단순화 시키면 인간의 마음은 생존과 번식, 이 두가지로 모두 이해할 수 있다.
인간 진화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수백만년 동안 위와 같은 원시시대의 삶을 살았다.
지금처럼 현대화된 시대의 삶은 진화 역사의 0.1%도 되지 않는다. 즉, 인간의 마음은
과거 원시시대의 삶에 맞추어 진화를 한 것이다. 지금 시대의 기준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 인간 마음의 진화를 이해하려면 과거 원시시대의 삶을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높은 전망과 높은 위치가 제공하는 경관을 선호한다. 칸막이와
벽, 나무들은 우리의 본능을 편안하게 만든다. 그것들이 은신처를 제공하는 동시에
포식자로부터 우리를 지켜주는 보호막이 된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주변에 포식자가
없더라도 우리는 특히 등 뒤와 머리 위쪽에 어느 정도의 보호벽을 둘 때 본능적으로
더 안전하다고 느낀다.
레스토랑에서 창가 쪽과 벽쪽의 자리가 먼저 찰까? 아니면 레스토랑 중앙에 있는
좌석이 먼저 찰까? 실제 연구 결과에서도 언제나 창가 쪽이나 가장자리의 벽면에
밀착된 테이블이 중앙에 있는 테이블보다 먼저 선택 받는다. 이것은 사람들이 본능
적으로 무언가(예를 들어 포식자)가 다가오는 것을 먼저 발견할 수 있는 전망이
확보되는 창가쪽이나, 한쪽 면이라도 보호되는 공간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가 이것을 의식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지 않는다. 우리의 본능이 그것이 생존에
도움이 된다고 느끼고, 우리는 그것을 좋다고 느낄 뿐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의 행동이 본능에 의해 결정되었다는 것이다.
진화론적으로 번식(사랑)을 살펴보면 남녀의 차이가 극명하게 들어난다.
간단히 말하면 남성에게 있어 여성은 번식자원이다. 나의 유전자를 퍼뜨릴 수
있는 매개체인 것이다. 그래서 남성은 본능적으로 더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젊은 여성을 선호한다. 반면 여성에게 있어 남성은 생존자원이다. 자신과 아이가
살아갈 수 있는 자원(음식, 집 등)을 제공해 줄 수 있는 존재인 것이다. 그래서
여성은 경제력이 뛰어난 남성(나이가 많은 남성을 선호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을
선호한다.
남성은 본능적으로 바람을 핀다. 많은 여성과 섹스를 하면 할수록 자신의 유전자를
더 많이 퍼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1000명의 여성과 섹스를 하면 1000명의 자신의
아이를 만들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여성은 아무리 많은 남성과 섹스를 해도 평생
낳을 수 있는 아이의 수가 한정적이다. 정자는 아주 싸지만 난자는 아주 비싸다.
그래서 섹스를 하는데 있어 여성은 더욱 신중할 수 밖에 없다.
할 것이 두 가지 있다. 첫번째는 본능이 행동의 모든 것을 결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의 행동은 본능과 환경의 복잡한 상호작용의 결과다. 우리는 섹스를 하고 싶다고
무턱대고 강간을 하지 않는다. 이성, 사회제도 등을 통해 우리의 행동을 스스로 조절
할 수 있다. (하지만 결국 행동의 출발점은 본능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두번째는 본능적인 것이 옳은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즉 자연스러운 것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가령 남자가 바람을 피우고 싶어하는 것이 본능이라고 해서 바람
피는 것이 옳은 것이 아니다. 단지 그러한 성향을 본능적으로 가지고 있다는 것 뿐이다.
우리는 여전히 원시인이다. 행크 데이비스가 쓴 '양복을 입은 원시인'이라는 책
제목처럼 현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마음은 여전히 원시시대에 맞춰져 있다. 때문에
우리의 마음이 저지르는 실수는 과거에 적합하게 설계된 마음이 현대의 환경에
적합하게 반응하지 못해서 일어나는 것이다. 또한 많은 사회적 제도와 시스템 등이
인간에 대한 잘못된 이해를 바탕으로 만들어져 있어 인간의 마음을 혼란케하고 있다.
최근 들어 진화심리학과 행동경제학 등을 기반으로 인간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가능케
하는 책들이 나오고 있다. 본능은 변하지 않는데, 과연 안다고 해서 그것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완벽하게 극복할 수는 없지만 조절할 수는 있다고 나는 믿는다. 그것이 이성이
가진 힘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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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우리는 여전히 원시인이다 1/2
인간은 과연 백지 상태로 태어날까?
아니면 태어날 때부터 이미 무엇인가가 기록된 채로 태어날까?
과거에는 인간은 아무것도 기록되지 않은 빈 서판(Blank Slate)으로
태어난다고 생각했다. 인간 행동의 모든 내용(정서, 열정, 동경, 욕망,
신념, 태도 등)은 출생 후 각자의 삶에 추가된 것으로 여겼다. 그렇기
때문에 태어난 이후의 교육을 통해 인간은 완전해질 수 있다고 믿었다.
주위를 한번 둘러보자. 사람들의 성격, 자질, 재능 등은 천차만별이다.
개인을 넘어 나라별로 살펴봐도 그들의 문화 역시 천차만별이다. 우리는
귀고리와 반지를 끼지만 아프리카의 어떤 종족은 코에 뼈를 끼우고 입술에
고리를 끼워넣는다. 이슬람 여성들은 머리와 얼굴을 베일로 가리는 반면
미국 여성들은 비키니를 입고 다니는 것에 거리낌이 없다.
가만히 살펴보면 인간의 모든 행동은 태어난 이후의 교육에 의해 결정되는
것 같다. 문화(교육)에 의해 인간의 모든 것이 결정된다고 믿었던 과거의
문화인류학자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해줄 증거들을 찾기 위해 전세계를
조사하며 다녔다. 가령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헐리웃 영화와 TV를 접하지 못한
원시 종족들은 우리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그곳에는 우리가
겪고 있는 질투, 갈등, 경쟁과 같은 문제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수십 년전 인류학자 마가렛 미드는 그러한 유토피아를 발견했다고
보고했다. 성(Sexuality)를 공유하고 자유연애를 즐기며 경쟁, 강간,
싸움, 살인이 없는 평화로운 사람들이 거주하는 낙원을 발견한 것이다.
미드의 발견은 큰 이슈가 되었다. 인간은 빈 서판으로 태어나며,
태어난 이후에 행동의 모든 것이 결정된다는 그들의 주장은 힘을
얻었다.
그러나 더 정밀한 조사 결과 미드의 보고는 허위로 밝혀졌다. 후속 연구의
결과 미드가 유토피아적으로 묘사했던 사모아 원주민들은 매우 경쟁적일 뿐만
아니라 살인 및 강간의 비율에 있어서도 미국보다 훨씬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게다가 사모아 남성들은 강한 성적 질투심을 가지고 있었다.
이후 수십년에 걸친 연구 결과는 이제 우리에게 범문화적으로 인류의
보편성(본능)이 존재한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쉽게 말하면 인간은 백지상태로
태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인종과 문화를 막론하고
열 개의 손가락과 발가락을 갖고 태어난다. 마찬가지로 인간이라면 태어나는
순간 특정 자극에 대해 공통된 생각과 의식, 반응, 감정 등을 갖고 태어난다.
예를 들어 전세계 문화별로 미의 기준은 다르다. 하지만 아름다워지고
싶어하는 욕망은 공통적이다. 남성의 성적 질투는 모든 인류가 가지고
있는 보편적 특성이며 지금까지 조사된 다양한 문화에서 배우자 살해의
주요 원인이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두려움, 분노, 기쁨과 같은 감정 표현은
TV나 영화를 접해보지 못한 문화 속에 사는 원주민들에 의해서도 인식된다.
수백 년 전 백인들에 의해 새롭게 밝혀진 것으로 생각됐던 사랑이라는
감정조차도 범문화적인 보편성을 보인다.
인간이 빈 서판으로 태어나지 않고 보편적이며 공통된 본능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사실과, 그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은 인간을 이해하는데 있어
아주 중요한 점이다. 만약 인간이 백지로 태어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헐리웃 영화와 TV로 인해 사람들의 폭력성이 생겨났다고 믿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전혀 반대다. 경쟁심과 폭력성은 인간이 가지고 태어나는
보편적인 감정이다. 그 감정들로 인해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영화와 TV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원인과 결과가 뒤바뀐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인종과 국가의 차이를 넘어 인간은 공통된 본능을 가지고
태어날까?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 생각, 의식, 반응 등이 어떻게 인간에게
보편적으로 나타날 수 있을까?
인간의 몸은 진화의 산물이다. 수백 만년에 걸친 생존경쟁에서 몸의 각
부분들이 진화하였고, 우리는 그 진화의 결과물로서 현재의 몸을 전해받았다.
우리는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은 인류의 후손이기에 모두 동일한 몸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피부색은 다를지라도 몸을 보호하는 피부가 없는 사람은 없다.
팔과 다리의 길이는 다를지라도 각각 두 개씩 가지고 태어난다.
나는 먼 미래에 더욱 중요한 연구 영역이 열릴 것으로 예상한다.
심리학은 새로운 토대 위에 세워질 것인데, 그 토대는, 정신적 힘과
능력이 단계적이고 필연적으로 획득된다는 사실이다.
-찰스 다윈, 1859
인간 진화의 비밀을 밝힌 찰스 다윈은 위와 같은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즉, 인간의 몸이 진화했듯이 인간의 마음 역시 진화했을 것이라는 예언을 했다.
그리고 최근 수십 년간의 연구는 다윈의 추측이 맞았음을 밝혀냈다. 인간의
몸처럼 인간의 마음 역시 진화의 산물인 것이다. 우리는 그러한 마음들의 집합체를
본능으로서 가지고 태어난다.
쉽게 생각하면 우리의 마음은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두뇌의 실제적인 활동이다. 그리고 두뇌는 우리 몸의 일부다. 따라서 마음
역시 진화하였고, 그 결과 인간이라면 누구나 보편적인 마음(본능)을 가지고
태어나는 것이다. 이제 '인간은 빈 서판으로 태어나는가? 아닌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과학적으로 결론이 났다. 인간은 빈 서판이 아닌 보편적인 마음(본능)을
가지고 태어난다. 따라서 현재의 쟁점은 '과연 어디까지가 본능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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